초등의 봄
1968년
국민학교 5학년
개나리 진달래가 필 즈음
양지바른 길가 언덕빼기
지천으로 쑥들이 돋아나고
밀 보리가 푸르게 기지개 켜 일어날 때
학교 가는 산길에 내 키 보다 작은 솔들이
보송보송 솜털로 싸인 할미꽃을 품고 있었지
우리동네로 찿아 드는
동냥아치들의 수가 많아지던
보리고개 나른한 봄날
깜깜 새벽 사발시계 울리고
우리 아빠 교회로 나가 새벽종을 치실 때
억척스런 우리 엄마
할머니 방에 군불 지피고 아침밥을 짓는다
삶아둔 보리를
검은 무쇠솥 바닥에 깔고
밥물을 붓고
다시 한줌의 쌀을 씻어
중앙에 올려놓고 뚜껑을 덮어 불을 때신다
왕겨를 한줌씩 던져 넣어 가며 불무를 돌려 부치면
아궁이에 작은 무덤이 생기며 잘도 탄다
밥물이 끌어 넘칠 때
준비해둔 쑥 개떡 반죽을 펴서
밥 위에 올려 뜸들이며 쪄내면
바닥에 보리밥이 달라붙은 쑥 개떡이 된다
시래기 국 아침 밥상
할머니 밥그릇에 하얀 쌀알이 눈부시고
우리는 닭 모이 줍듯 쌀알을 헤아린다
미치도록 부러웠던
할머니의 놋 밥그릇
쑥 개떡
보리밥 덕지덕지 붙어
볼품도 없고
맛도 그저 그렇지만
십리길 학교 갔다 돌아와
동생들 함께 허기진 배를 채웠던
어머니의 쑥 개떡
게다가 영양소를 고로 갖춘 건강한 먹거리들이 넘쳐 나는데, 이상한 일입니다.
결코 환영 받지 못하던 어릴적 거친 음식들이 그립습니다.
곰삭은 딩기장도 생각나고 된장으로 간을 해 밥솥에 찐 장떡 , 더운 밥에 빠다 듬뿍 넣고 조선간장으로 쓱쓱비벼ㅎㅎㅎ 입안에서 불러 가며 오래 씹아야 제맛이 나는 찐쌀...그 어떤 음식도 그 맛을 따라 갈 만하게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