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눈이 내렸군요
몇 십년동안 이런 꼴(밤손님으로 찾아온 눈을 대하기는) 처음입니다.
밤,
자정 시까지도 달을 보고 있다가 잠이 들었는데...
음력설을 여기서 보내려고 밍거적 거리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일에서 벗어나면 고향산천 가까이서 보내려고
몇 년전에서 부터 여러곳을 다녀 보다가 근래에 아주 작은
( 몇 일이라도 마음놓고 쉴 수 있을)공간을 하나 얻게 되었습니다.
산도 있고 논과 밭이 있고 또한 가까이 바다도 있고...아직도
진흙 투성이 속에서 먹고자고 한답니다.
마음은 편안 한데도 어딘가 들떠있는것 같은...한국에서
머무는 동안에는 이런것도 하고 저런것도 하리라 마음먹고 왔는데
우선순위가 뒤죽박죽이 되어가고 있는 듯해서 모든게 쉽지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러다간 또 아무것도 아닌 시간만 죽이는 세월을 보내다 돌아갈까
염려도 되고...오늘의 계획은 새벽에 몰래 내린 눈을 핑계로 또 미룰 수 밖엔
도리가 없는... 지금까지 읽고 싶었던 책이라도 한권 사려고
멀리 산속을 벗어나 보려 합니다.
러비님을 위해 밤새 누군가 수정구슬 엮어 창밖에 걸어 놓은듯 합니다.
입춘에 맞추어 백설을 내려 놓으셨는데, 러비님의 발길을 묶어 놓고 말았네요.
산골에 머무시는동안 평안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고국에서의 맞는 설 명절 아름다운 추억이 되기를 빌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