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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배령 천상화원에서 행복한 하루...

by 세임 posted Jun 0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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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온날 ...2006. 6. 3.

다녀온 코스...진동리- 강선리계곡- 곰배령- 작은점봉산- 점봉산- 가는골- 진동리

점봉산은 강원도 인제군과 양양군에 걸쳐 있는 산으로 설악산중에 남설악의 중심부를 이루는 산이다.

년중 입산통제구역으로 사전에 산림청에 허가를 맡아야 하고 입산하기 전에 간단한 교육을 받아야 만 산행이 허락되는 오지 마을이다.

곰배령은 인제군 귀둔리 곰배골마을에서  진동리 설피밭 마을로 넘어가는 고개를 말한다.
설피는  눈이 많이 왔을 때  눈 위를 걸을 때 빠지지 않기 위해서 넓적하게 만든 겉신으로
4월 까지 눈이 녹지 않는 이곳 특성상 이름이 붙여진 듯 하다.

설피마을을 지나 좁은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계속 올라가는길은 소달구지가 덜컹되는 흙길이고 얼마 오르면 차는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이 나오는데  산림청 직원들이 나와 있는
작은 초소가 있고 ' 꽃님이네 찻집' 이라고 써 있는 나무로 만든 푯말이 반겨주었다.

설피마을을 지날 때 차창밖으로 보이는 쥐오줌풀은 양 길옆을 쫙 수 놓고 있었고 강원도
산의 푸르름은  이미 내 맘을 뺏어 버리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이곳을 오기위해서 얼마나 맘이 설레 였던가~~
나 혼자 그려본 산의 모습과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는 기다림.
기다림의 아름답고 소중한 맘을 간직한 채 찾아온 곰배령..

곰배령은 지형이 고무레 또는 곰배팔이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수천평의
초원이 철따라 작은 들꽃들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아름다운 화원을 이루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아름다운 천상화원으로 불리워진다.

일산을 여섯시에 출발하여 강선계곡 올라설때 시간을 보니 벌써 11시30분을
가르키고 있었고  설레는 맘으로 시작한 산행은 맘껏 행복의 시간으로 꽉 채우려는
욕심 꾸러기 아지매로 만들어 버렸다.

강선계곡은 하늘찻집있는 곳에서 직진하면 단목령이 나오고 왼쪽으로 된 길을 따라
들어서면 들어서자 마자 하늘을 가리는 커다란 원시림을 보는듯 울창한 숲으로 시작된다.

마치 숲속의 요정이 된 느낌으로 산새소리와 계곡물 소리의 아름다운 조화로움에
빠져 들기에 딱 좋은 코스이다..

30분 정도 올라가면 이곳의 마지막 마을인 강선리가 나오는데  집이라고 해봤자 몇집 안되고 그나마 여름철을 제외하곤 다 비어 있는 집이라고 한다.

이쁘게 피어있는 은대난초에게  다가가 이쁘다고 어루만져주고 머물던 시간은  앞에 가시는 분들의 모습은 이미 안 보이고 그럴 때 마다 빠른 걸음을 옮겨야 하지만 그래도 난
이대로 행복한것을~...

강선리 마을 지나는데 복주머니난을  지나가는 사람들 발걸음 조심하라고 곱게 곱게 둥근
기와장으로 장식해 놓은 것을 보면서 그 꽃을 위해서 배려해 준 아저씨 맘을 읽는 듯하여 흐믓함을 표하면서 한참을 넋을 놓고 보고 또 보고  했다.

올라가는길  이쁜 모습을 보고 한참을 웃었다.
요새 보기 드문 풍경에 옛생각을 떠 올리게 했고  아련하게 옛 생각에 잠깐이라도 잠길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작은 개울가에 스텐레스 요강이 물에 몸을 반쯤 담그고 있는 것이 아닌가~
햇살에 비추는 스텐레스 요강이 뚜껑 덮힌채 흐르는 물에 있는 모습이 아주 정겨워 보였다
우리 어린 시절엔 밤이면 거의가 요강에다 볼일을 보았는데 ..
그땐 스텐레스도 아닌 사기로 만든 요강...
밖에 무늬는 대부분 파란색으로  그림까지 그려져 있었던 기억이 어름풋이 난다.
지금은 모두 화장실이 집 안에 있어서 아이들에게 아마 요강에다 볼 일 보라고 하면
질색을 하지 않을 까 생각해 보았다..

빠른 발걸음 옮기는데 또 다시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정겨운 모습.
숲속에 무인커피판매대가 있었다..
종이컵도 있었고 뜨거운 물을 준비한 듯한 주전자에 일회용 커피도 있었고 종이로
크게 써 놓은  ' 1000 원 '이라는 글씨는 나무로 만든 탁자 위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숲속에 요정이 되어 올라가는길에서 만난 박새들의 싱싱한 모습의 군락지들.
이곳을 거닐다 보니 영혼이 맑아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부채모양을 하고 산 한 바닥을 모두 장식했던 관중의 곧은 기세도 멋졌고
광대수염의 군락지도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고
멀리 멀리 있어서 눈길로만 인사한 함박꽃...
감자난이 즐비하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차렷자세로 인사를 주고 받는 모습이 아름다워
가까이 가서 사진 찍으면서 머무른 시간이 너무 많아 뛰어 뛰어 앞에 가신분들
따라잡기의 버전으로~`...

참취. 수리취.우산나물 .하늘말나리. 많은 야생화와 이야기 나누면 개울가 징검다리를
두개 건너서  한시간 반쯤 오르다 보면 갑자기 하늘이 훤하게 열리면서
수천평 구릉지가  갖가지 색깔의 야생화로 먼곳까지 찾아온 이방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려고
기다리기라도 한 듯 고개를 흔들고 있었고 넓은 품을 벌리고 배시시 웃는 꽃들에게
너희들을 보는것 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크게  답해주고 싶었다.

드디어 곰배령에 도착한 것이었다.. 내가 그리도 만나고 싶었던 천상의 화원에...
멀리 보이는 설악산 대청봉 .중청.소청의 모습이 보였고  앞뒤로 둘러 쌓인 산의 모습에
앞도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4월부터 피기 시작하여 9월에 절정을 이루는 야생화의 모습들...
서로 서로 자리를 비켜주며 릴레이로 피기 시작하는 야생화의 잔치..
둥근이질풀이 아직 꽃은 피지 않았지만  멋지게 초원을 이루며 기다리고 있었고
요강나물 ( 종덩굴) 이 쫙 깔려 있었다.

너무 많다보니 귀한줄 모르는  내 못된맘을 나무라며 하나 하나 눈길을 주며 나누었던
대화들이 지금도 곰배령에 남아 있기를 바랄뿐이다.

곰배령(1164m) 에서 왼쪽엔 호랑이코빼기 (1219m) 가 있었고 오른쪽엔 작은 점봉산이
자리잡고 있으면서 자꾸 올라오라고 유혹의 손길을 던진다..

누군가의 말에 의하면 곰배령의 모습은 화장하지 않은 처자의 수더분한 맑은모습
그대로라고 표현하고 있다.
천상의 화원이라고 이름 붙이기 충분한 모습이다..

잠시 행복함에 젖어 있다가 빠른 발걸음으로 옮기기 시작한 작은 점봉산 (1295m)에
오르는길에 아직도 피나물이 피어 있었고 큰앵초의 모습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이쁜 모습으로 고개짓을 하고 있었고 화사한 모습으로 피어있는
철쭉꽃이 이곳에 온 이유를  말 하고 있는듯 했다.

아직도 만개하지 않은 철쭉을 보면서 6월10 일 경이면 모두 만개 할것같은 ... 대충의
점도 쳐 본다..
올라가는길 풍겨오던 더덕 냄새는 산사람으로 이곳을 거니는 사람들의 행복함을
더 해 주었고 산을 파헤쳐 놓은 멧돼지들의 횡포 앞에 맘이 짠해 옴을 느껴 보았다.
주로 더덕이나 둥글레 등을 파 먹기 위해서 산을 군데 군데 파헤쳐 놓았고 넓은곳은
아예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은곳도 있다.

아직 은방울꽃이 하얗게 피어 있었고 양지꽃도 가는 봄을 아쉬어 하면서 노란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돌배나무는 아직 꽃을 개화하지 않은채 수줍게 입을 오무린채
할말이 많은 듯 서 있었다..
매발톱나무는 작은 점봉산 오르기전에 완전 군락지대로 있었고 향이 얼마나 좋은지
한참을 코를 대고"행복한 오후의 시간을 멈추어 다오 "하며 외치고 싶었다.

산오이풀.참취.금강초롱꽃을 피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었고. 돌쩌귀는 멋지게 멎지게 덩쿨을  뻣고 있었고.당귀.수리취.모데미풀. 매발톱.수없이 많은 야생화가 발 걸음을  가볍게 하기에  한걸음 걸음 옮기다 보니 점봉산  (1424m) 에 다달하였다.

아`..멋지다.
앞에 펼쳐진 흘림골 계곡의 모습...
늠름한 바위와 아기자기한 병풍 모양을 보면서 내가 시인으로 이럴 때 변신 못하는
한탄함에 서글픔까지 밀려 온다.

정상석에서  몇장의 사진을 찍은 후  단목령으로 방향을 잡고 가파르게 내려오는길엔
아예 큰앵초꽃이 군락을 이루어 빨갛에 물들이고 있었고..

" 아이고 이뻐라.. 정말 너무 너무 이쁘다..' 연발 혼잣말로 지껄이면서 내려오는길
다음에 다시 오마 약속을 해 놓고선  아쉬움을 남긴채  30분 정도 내려오다보면
왼쪽으로 내려가면 오색으로 내려가는 길이고 직진하면 단목령으로 가는길
조릿대로 가득찬 길을 가다보면 넓은 공터가 나오는데 그곳에서 직진하면 단목령으로 가는길이고  희미하게 오른쪽으로 길이 있는데 그곳이 가는골 코스이다..

가는골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이 너무 맘에 든다..
물 소리도 들리고 숲에서 나오는 습한 냄새가 너무 너무 좋다.
감자난도 많았고 은대난초도 하얀빛을 청초하게 빛나고 있었고 고강나무.나도냉이꽃은
마치 유채꽃처럼 착각할 정도로 뽐내고 있었다.

풀솜대가 즐비하게 하얀색으로 피어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었고 눈개승마는
커다란 키로 높이 높이 손을 흔들어 주며 점봉산에서의 하루의 행복했던 시간을
아쉬워 하고 있었다..

오늘 하루 누군가 행복했냐고   물어본다면  ..
해피 해피  했다고 크게 크게 말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