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아침 인터넷 뉴스를 보니까 남산에 가재가 돌아왔다고 호들갑이다.
남산에 상주하다시피하는 어르신들은 이미 93년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고 나도 우연한 기회에 직접 사진으로 확인을 했었다.
12년이나 지나서 마치 새로운 발견처럼 호들갑을 떠는 메스미디어의 속성을 읽으니 한편 씁씁하기까지 하다.
93년도에 한참 다큐멘터리 사진에 빠져있을때 몇몇이서 그룹으로 사진토론을 한 적이 있었다.
그중 대부분은 인물사진 위주로 소위 소시얼다큐멘터리라고 하는 사회다큐멘터리를 하는 사람들이었고 몇몇은 생태사진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중 한분이 남산에서 찍었다며 작은 개울에 가재가 있는 사진 몇장을 보여주었다.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작은 개울과 나뭇가지 사이로 멀리 도심의 빌딩숲이 보이는 사진이었다.
만약 가재만을 접사로 촬영했다면 어디서 어떻게 찍었는지 많은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가재와 함께 도심풍경이 보이는 한장의 사진으로 남산에 가재가 살고 있다는 것을 부연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그런 사진이었다.
생태사진이나 다큐멘터리 사진은 주제와 피사체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사진도 아는만큼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이 찍고자 하는 피사체에 대해서 친숙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이 그 현장을 찾아야한다.
십수년전 모 사진전에서 대상을 받은 사진은 동네 목욕탕, 그것도 여탕의 모습을 찍은 일련의 다큐멘터리 사진이었다.
결코 날씬하거나 이쁘다고 할 수 없는 평범한 동네아줌마들의 목욕하는 모습이었지만 그 사진을 찍기까지의 과정은 실로 경이로운 것이었다.
처음 몇달동안은 카메라없이 날마다 목욕탕을 드나들었었다고 한다.
그 목욕탕을 찾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지면서 상대방의 양해하에 사진을 촬영했다고 한다.
그 기간은 무려 2년...
좌우간 그 가재사진을 찍어온 분도 시간나면 카메라를 들고 남산을 찾았고 초기에는 남산에 놀러온 어르신들의 모습을 찍었다고 한다.
근데 그중 몇분이 남산예찬론 끝에 가재가 살고 있다고 귀뜸을 해주었다고 한다.
철조망을 넘고 계곡을 헤메다 몇장의 사진을 건졌다고 한다.
국어사전에 생태(生態)란 '생물이 자연계에서 생활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되어있다.
그냥 단순하게 꽃만 찍는다면 그 사진속에는 아름답다 이쁘다는 느낌이외의 이야기는 전혀 들어있지 않다.
풀과 나무을 찍는데 그안에 이야기를 담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설정이 필요하다.
처음 꽃사진을 찍을때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 스프레이였다.
집에서 흔히 사용하는 스프레이에 물을 담아서 꽃에 뿌리고 이슬먹은듯 촉촉한 꽃의 모습을 찍는 것이다.
그외에도 나비나 벌이나 벌레의 모습과 함께 찍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도감에 자료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사진은 상황이 또 다르다.
꽃, 잎, 열매, 줄기등등을 따로 따로 찍는다면 많은 사진이 필요하게 된다.
한장의 사진에 이 모든 특징을 담을수만 있다면...
그렇다고 사진작가가 되겠다고 설쳐대는 것은 아니다.
다만 12년전부터 아는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를 마치 오늘 아침 처음 발견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는 요즘 메스컴의 모습에 잠시나마 추억같은 옛날의 상념에 빠져보았다.
맞는 지는 모르지만...ㅎㅎㅎㅎ
북한산에 자주 다니다 보니 우리가 그냥 지나치는 것들도 모두 이름이 있음을 알게됩니다.
가을이 되면 자주 북한산의 생태를 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