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IF Viewer카메라제조사SONY카메라모델명DSC-H50소프트웨어andoWKS15촬영일자2012:05:03 16:51:30감도(ISO)100촬영모드셔터스피드우선노출모드Auto exposure측광모드패턴측광노출시간10/4000조리개 값f/5.6촛점거리68/10조리개 최대개방46/16노출보정0/10플래쉬외장후레쉬화이트밸런스Auto사진 크기500 X 375원본사진 크기500 X 375
참꽃아가씨 / 안도현
아파트 베란다에서 진달래가 꽃을 피웠다. 열흘쯤 된다.
지난해 가을에 우리 집에 이사 온 아가씨인데 처음으로 꽃을 피웠다.
겨우내 감추어두었던 봄을 누구보다 일찍 보여줘서 반갑고 고맙다.
덕분에 베란다가 환해져서 평수가 몇 배나 넓어진 것 같다.
어릴 적에 우리는 진달래보다 ‘참꽃’으로 더 많이 불렀다.
참꽃은 먹어도 되지만 ‘개꽃’으로 부르는 철쭉은 먹을 수 없다고
배웠다.
빨래들이 널린 베란다를 환하게 밝혀주는 것까지는 좋은데,
이 아가씨 가만 보니 참 게으르기 짝이 없다.
하루종일
햇볕하고만 어울려 논다. 나를 통 아는 체를 하지 않는다.
샘이 나서 불쑥 입을 맞춰본 적도 있다. 하지만 몸을 부르르 떨다가
또 나를 외면한다. 아침인데도 이불을 개거나 머리를 빗거나
밥을 차려 먹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내가 외출한 뒤에도 햇볕하고만 눈을 맞추며 시간을 보낼 것이다.
요즘 이 참꽃에 빠져 있지만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 읽었던 수필의 한 대목이 자꾸 머리에 떠오르기 때문이다.
집
안에서 키우는 진달래가 꽃을 피워 반가웠는데,
딱 한 해만 꽃을 피우고 그다음 해부터는 영 소식이 없더라는 것이다.
차가운 바람과
눈이 덮어주는 이불을 덮고 자라지 않은 탓에 그만
생식능력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과보호가 불러일으킨 화였다.
그럼 나는 어떡해야 하지?
바람 불고 비 오고 눈 내리는 베란다 밖으로
이 참꽃아가씨를 자주 데리고 나가야 하나?
원래 살던 산속으로 다시 보내야 하나?
*안도현의 에세이 <참꽃아가씨> 였습니다.
집안에 화분을 들이고 동태를 살피고 성장과정을 보이면 대견하고 뿌듯하고,
존재의 확인... 딱 그기서 끝인데...
시인의 근심이 저를 뒤돌아 보게 하네요.
춘화현상을 성장의 에너지로 삼는 식물이 제 공간에도 있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