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번호와 인터넷 실명제

by 카르마 posted Jul 0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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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개월 전의 일이다.
월요일 아침 출근을 하자마자 한통의 문자메시지를 수신했다.
귀하의 이름으로 모 통신회사에 핸드폰이 개통되었다는 것이다.
핸드폰을 새로 구입하거나 변경한 일이 전혀 없는데도...
해당 통신회사로 전화를 했더니 핸드폰이 개통되었다는 대리점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일단 핸드폰 개통을 지연시켜놓고나서 대리점에 전화를 했더니 일요일 저녁에 한 남자가 내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와서 최고급핸드폰을 구입했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인지...
주민등록증을 분실한 적도 없었고 항상 호주머니에 담고 다니는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지...
핸드폰 구입시 복사해두었다는 주민등록증을 팩스로 받아보니 가관이다.
주민등록번호나 이름, 발급일자는 똑같은데 전혀 엉뚱한 사람의 사진이 붙어있고 주소도 전혀 엉터리다.
핸드폰 개통은 취소시킨후 동사무소로 파출소로 경찰서로...

하루를 꼬빡 소비하고 주민등록증 분실신고를 하고 재발급을 받고...
(주민등록증을 재발급받으면 발급일자가 달라지기 때문에 그나마 조금은 안전하단다.)
하지만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누군가가 가짜 주민등록증으로 내 행세를 하고 다닌다는게...
내 행세를 하며 핸드폰을 구입했다면 은행에 계좌나 통장에 접근할 수 도 있고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도 있고...

다음날은 다시 은행으로 관공서로 뛰어다녔지만 별 뾰족한 대책은 없다.
심지어는 경찰서의 담당 수사관들마저 시큰둥하다.

그후 해당 대리점과 경찰서에서 몇번의 전화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그나마 유야무야 잊혀져가고 있다.
정보유출이나 주민등록증 위조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지고 해결해주는 곳도 없고 하소연할 곳도 없다.
그냥 내 자신 일진이 사나워서 생겼던 해프닝으로 끝나는 느낌이다.
다행이 일찍 알아서 경제적 손실은 없었다고 하지만 나한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닐것이다.
그대상은 누구나일테니까...

사실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다보면 주민등록번화입력을 받는 부분이 좀 찝찝하다.
본인 확인을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쉬운 방법이기에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입력하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거부감이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인터넷 사이트의 개인정보자료 유출 사건이 심심찮게 메스컴에 오르내린다.
주민등록번호 입력을 받지 않게 하는 법을 추진하고 있다니 한편으로 반가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넘어야할 산도 많아 보인다.
주민등록번호를 입력받지 않아도 본인을 확인할 수 있는 안전한 방법이 개발되어야하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악성리플들 때문에 인터넷 실명제가 거론되고 있다.
인터넷이 이만큼 활성화 될 수 있었던 것은 그 익명성때문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실명으로 대화하려면 개인정보가 공개되어야하고 개인정보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기관들은 10월쯤 그 대책을 내놓겠다고 하니 화두가 되고 있는 인터넷 실명제를 주민등록번호나 개인정보의 유출없이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주목된다.
실명제와 개인정보보호의 두마리 토끼를 다잡는 대책은 과연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