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블로그

선자령의 바람은 장난이 아니었다

by 세임 posted Feb 0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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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아 바람아~


올 겨울은 날씨가 춥지  않더니 요 며칠동안 동장군이 세력을 뽐내고 있다
마지막 가는 길 아쉬움에 한바탕 바람을 일으키고 가는가보다.
오늘 오후부터 날씨가 풀린다는 소식은 배낭 꾸리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다.

선자령은  누구나 쉽게 다녀올 수 있는 코스라 맘에 준비는 커녕 너무 쉽게
간식도 과일 몇개하고  떡 한덩이 달랑 준비하고 떠났 던 선자령길.

아침 10시 30분에  (구) 대관령휴계소에 차가 도착하니 바람이 예사롭지가 않다.
선자령은 해발 1,157m로 높지만 대관령휴게소가 840m로 정상과의 표고차 317m를 긴 능선을 통해 산행하게 되므로  힘든 산행은 아닌듯 한데 모두 무장강도 모습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모습이 이해가 안 되었다.  

시멘트 도로를 따라 30분 정도 걷는 길엔 눈이 많지 않아서 앞 뒤에서 들려오는
아이젠과 시멘트바닥에 쇠 부딪히는 소리가 자꾸 귀에 거슬린다.

등산로 초입에서는 미쳐 아이젠과 스패치를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 두사람이
떨면서 팔고 있었고 나 또한 스패치도  준비하지 않은 채  산행을 시작했다.

며칠전에 이곳은 눈이 제법 많이 온 듯 산행 초입부터 눈이 많이 쌓여 있었고
찬 바람과 함께  눈이 꽁꽁 얼어서 눈 밟는 소리가 사각 사각 산자락에 낮게 깔린다.

조금 지나니 기상관측소가 있고 멀리 멀리 보일 듯 말 듯 하얀풍차 모습을 한
바람개비가 돌아가고 있다 .  이국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진을 찍기에는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 듯하여 그렇다고 옆으로
비켜 서려니 눈이 많이 쌓여서 용감하게 눈속에 들어설 수 없었다.

그 멋진 모습을   그나마 조금이라도 편하게 전망을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시간이었음을 나중에서야 깨닫게 되었다.

새봉에 도착하니 전망대가 있고  바람이 장난이 아니었다.
기념사진 한방 팍~ 찍고 부지런히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고  앞에서 오는 사람들
모습을 보면서 나무에는 눈꽃이 없는데 사람들 몸에는 눈꽃이 잔뜩 피어 있는것을
요상하게 생각했던 나에게 곧이어 풀리지 않던 숙제를 하나 하나 풀어주고
있었다.

아직까지 올라오면서 맞었던 바람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사람을 날려 보낼 듯한 바람이 왼쪽에서 불어오기 시작하는데
"시베리아 바람이 이보다 더 강하단 말인가!!!"
"누가 소백산 비로봉 바람이 제일로 쎄다 했던가!!!"
'여름에 태풍이 불어도 이보다는 약하리라 '

내가 아는 '소백산 바람도 이보다는 못하리라'
모두 모두 술 취한 사람처럼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바람과 싸우면서
한 발자욱씩 앞을 향해 걷는 모습을 보면서 마냥 부러움이 앞선다.
아예 두사람씩 짝을 지어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누구한테 잡아 달라고 부탁을 한단 말인가~?

"바람아 바람에 제발 멈추어 다오~~"
바람은 다행이 몹시 차지는 않았지만 왼쪽 귀의 고막이  터질 것 같은 바람 때문에
손으로 귀를 가린 채 바람하고 싸우면서 걸어야 만 하는 길고 긴 시간의 연속

그나마 모자가 날아가는 통에 그것 잡으러 갔다가 도저히 못 나와서 헤메던
짧은 시간에 " 내가 살아서 여기서 나갈 수 있을까~" 했을 정도다.

"전망이 좋다던 선자령" 누가 그런말을 했단 말인가~?
'아무것도 안 보인다!!..'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
오로지' 이 바람에서 안 날라가고 정상까지 갈 수 있을 까!!!? '
하는 생각만이 꼬리를 문다.

정상 부근에 와서 바로 코 앞에 있는 아주 커다란 바람개비 만 보았을 뿐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날씨는 잔뜩 흐려 있었고 온산이 눈가루에 덮혀 있었고
아마도 눈꽃을 못 만든 이유는 바람에 눈꽃이 붙어있지 못했으리라 예측해본다.

2km 넘는 그 긴 능선길을 그렇게 바람과 싸우면서 달려 온 길~
정상에 선자령 표지석이 멋지게 서 있었지만 도저히 서 있을 수  없기에
사진 찍는다는것은 생각도 못했고  흔들리는 몸으로 요행을 바라며
표지석 하나 찍고는 내려왔던  선자령 정상..

정상에서 바로 내려서니 그렇게 불던 바람은 정상의 작은 봉우리에 가렸다는 이유로
마치 다른 세상에 있는 듯 하였다.

우리는  " 날라가지 않고 이렇게 살아있는 기념으로 커피 한잔 하자고 "
서로를 자축하면서 그 맛있는 커피 한잔 하였다

여러번 선자령을 다녀봤지만 " 이렇게 쎈 바람은 처음이라는" 어떤 분의
말씀에 나는 오늘 그 무섭고 호된 바람을 맞은 것이다.

내 속에 있는 모든것을 세찬바람으로 비우고
멋진 설경으로 채움을 한 오늘 하루~

초막교 까지 내려 오는데 꼴랑 2.7km 밖에 안되는 길을 몇번이나 엉덩방아를 찧고~
내려오는길은 꽤나 가파른 길로 접어 든다. 올라갈 때 모습하곤 전혀 다른 모습~
계곡이라 바람에 눈이 날려 쌓여서 많이 쌓인곳은 1미터 이상 쌓여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이미 소녀로 돌아갔었다.
엉덩이에 비료푸대는 없었지만 그냥 앉으니 그 자체가 눈 썰매였다.
시린 엉덩이는 내 몫이 아니었고 마냥 신나게 타고 내려오는 눈썰매`

내 바로앞에 있는 꼬맹이하고 나는 분명 같은 동급이었을게다.
딸랑 둘이서만 신나게 타고 내려왔으니~~ㅎㅎ

그리 신나게 타는  모습을 보면서 타고 싶은 생각이 안 드신것을 보면
아마도 뒤에 오는 사람들은 분명 양반님네들 !!! 이었을게다~ㅋ

신이났다~
불과 얼마전에 있는 힘 다해 내몸 하나만을 보호하 던 내모습은 없고
마냥 어린시절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는 내 모습~

초막교에 내려와 우린 황태국를 맛있게 먹고~
바람과의 전쟁은 끝이 났다~

비움과 채움의 혹독한 체험^^

2007년 2월 3일 선자령을 산행하신분들은
세상 모든것과 싸워서도 이길 수 있으리라 믿어봅니다.

지금 그 바람이 그리워 지는것은 무슨 이유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