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봉선을 가슴에 담아오다
사람들이 썰물처럼 다녀간 자리에 홀로 서있다.
사람들이 성묘 간다며 부탁하는 꽃들은 이리저리 만져
잘 꾸며 주면서도
어머니 산소에 꽃 한 다발 한번 들고 가지 못했던 죄책감
이 스멀스멀 몰려온다. 분주함 후에 오는 외로움은 나를
더욱 짓눌러 서둘러 나갈 차비를 했다. 산소 가는 길은
숨이 차 오르지만 결코 가파른 길은 아니다. 준비한 꽃
을 조심스레 내려놓고 주위를 둘러보니 몇 발짝 떨어진
곳에 어머니의 환한 미소가 물봉선으로 피어 꽃으로
반겨 준다. 생전의 넉넉한 성품대로 속 깊은 정이 꽃
으로 피어 오른듯하여 물봉선을 가슴에 담아 내려오는
길은 한결 가벼웠다.
딸래미 올 줄 알고 미리 마중나오신 어무이 발걸음같이
달랑달랑 숨이 찬 가슴꽃 물봉선.